영국 언론 가디언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스웨덴 스카우트 부대장인 모아 매너스트롬(23·여)의 일기를 통해 열악했던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지 모습을 전했다. 모아 부대장의 글에는 엉망진창이었던 잼버리 상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스웨덴 스카우트는 개영식이 열린 3일 새만금 캠프에 도착했다. 당초 일정보다 하루 늦었음에도 캠프는 전혀 준비돼 있지 않았다고 모아 부대장은 밝혔다.
그는 "(텐트도 치지 못한) 상태였는데 개막식 장소까지 이동하는 데 한 시간이 걸렸다"며 "개막식 장소까지 가는데 폭 2미터의 다리가 있는데 이 다리 때문에 정체가 벌어졌다. 군중에 대한 통제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개막식을 마치고 새벽 2시에야 텐트 설치를 마쳤다. 그는 "매우 지치고 치열한 시작"이라고 회상했다.
둘째 날부터는 폭염과의 싸움이 시작됐다. 매너스트롬 부대장은 "텐트 안이 너무 뜨거워서 아침 7시 이후에는 들어갈 수가 없었다"며 "대원 몇 명이 열사병에 걸리기 시작했다. 물이 부족했는데 수돗물은 염소 냄새가 나고 미지근했다"고 적었다.
음식 문제도 언급됐다. 스웨덴 스카우트에는 글루텐 알레르기가 있는 대원이 몇 명 있었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글루텐이 없는 시리얼과 바나나가 반복적으로 제공됐다. 채식주의자들은 단백질 대체물 없이 국수만 나왔다고 한다.
셋째 날이던 5일 영국 스카우트가 철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캠프가 뒤숭숭해졌다고 그는 회고했다. 자원봉사자들이 접착제처럼 달라붙어 참가자들을 설득하고 있지만 현 상태가 유지된다면 잼버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도 담겼다.
열악한 상황은 계속 이어졌다. 매너스트롬 부대장은 "스카우트는 점점 더 병들어갔고 그들이 쉴 수 있는 그늘을 만드는 게 급선무였다"라고 적었다.
화장실 위생 문제도 언급됐다. 그는 "청소년 화장실을 한번 이용한 적이 있는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더웠다"며 "화장실을 나와 33도의 더위로 들어갔을 때 오히려 안도감이 들 정도"라고 설명했다.
미국 스카우트들이 떠난 6일부터 가시적인 변화가 일어났지만, 여전히 의료 문제 등이 이어졌다. 매너스트롬 부대장은 "스카우트 중 한 명이 열사병으로 지쳐서 진료소에 갔다. 그런데 기침약과 수면제만 받아왔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다음날에도 발목을 다친 대원과 함께 의료 텐트를 찾았는데, 해열제 같은 필수 의료품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한다.
태풍 탓에 새만금을 떠나야 했을 때 매너스트롬 부대장은 마냥 기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버스에 탔을 때 마침내 에어컨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면서도 "모든 국제운영요원(IST) 자원봉사자들에게 정말 미안했다. 우리가 떠날 때 그들은 매우 침울한 분위기였다"고 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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